[새전북이 만난 사람] (주)지니스 김현진 대표

도내 바이오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주)지니스가 날개를 달았다. 설립 6년만이다. 올해 3월 일본 벤처캐피탈 AGI사로부터 액면가의30배라는 고배율로 150만달러(15억원)를 투자 받았다. 관련 업계는 깜짝 놀랐다. 지니스의 기술과 성장잠재력을 인정한 것이지만 30배 투자는전례 없기 때문이다. 이달에는 일본 건강기능식품전문회사 MIH와 1,500만달러(150억원) 수출계약을 했다. 건강기능식품 종주국에 한국 제품이 상륙한 것은 처음일 뿐더러 최대 규모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억원. 국내 바이오 벤처업계의 평균 매출액 5억원에 비춰볼 때 (주)지니스의 위상이 가늠된다. 지난 6년동안 연구개발과 제품화에 열정을 쏟은 김현진 대표(39·이학박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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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체결 이후 일본 후생성을 통과하기까지 꼬박 2개월이 소요됐다. 그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수출계약을 의심해 속이 상했지만 웃음으로 넘겼다.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여느 기업처럼 MOU(양해각서) 단계에서 발표할 수 있었지만 절차 이행에 충실했다.”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며 “외지 기업유치도 중요하지만 성실하게 기업활동에 전념하는 토착기업에 대한 관심도 절실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토착기업이 살아야 지역경제 근간이 형성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중소기업 매출이 10%만 늘어도 청년실업과 경기침체는 해결된다”는 김 대표는 “6년동안 기업활동을 통해 전북에서 기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실감했다”며 전북도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의 첫인상은 ‘차돌’이다. 공직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빈틈 없는 자본유치와 수출계약이 그렇다. 그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지역전략산업(4+9)에 전라북도 생물산업이 누락된 이유를 수년동안 따져 물었다. 담당 부서를 방문해 4+9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신문컬럼을 통해 재지정 노력을 거듭 촉구했다. 전북도가 불편해 한 것은 당연하다. “기업인이 기업활동에나 전념하지 불필요한 참견을 한다”는 핀잔과 함께 불이익도 우려됐지만 말을 아끼지 않았다.

“산자부 등 각종 정책보고서는 전북의 가장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생물산업을 꼽았다. 그런데 정작 누락됐다. 이를 알고도 눈감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기업활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개별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당한 선에서 용인했겠지만, 전북발전과 직결된 사안이기에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모든 일이 이렇다. 비록 ‘괘씸죄’가 예상됐지만 ‘왕따’를 자처했다. 그러나 결국 왕따의 주장이 옳았다. 정세균 산자부장관 재직 당시 지역전략산업에 전라북도 생물산업이 추가됐다. 김완주 지사 취임 이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 추가 지정을 촉구한 결과다. 3년여동안 갖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고집을 피운(?) 노력이 뒤늦게나마 인정받은 셈이다.

이번 일본 투자유치와 수출계약 과정에서도 김 대표의 성격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AGI는 애초 50억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니스의 성장잠재력을 감안해 투자 비율을 10% 미만 150만달러(15억원)로 제한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라는 말처럼 외국자본을 확대할 경우 향후 자본 유출 우려는 물론 국내 투자자 참여가좁아지는 상황이 우려돼 제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는 거꾸로 투자 규모를 제한했으니 유별나다. 이는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도 고수됐다.

국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기술거래소의 기술평가에서 2004년 지니스는 최우수 등급(A)을 받았다. 그해 10개 업체와 함께 정부가 주관한 해외투자유치설명회(미국 실리콘밸리)에 참가한 김 대표는 줄곧 액면가의 20배 이상을 고수했다. 투자 유치가 무산된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고배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올해 3월 일본 벤처캐피탈의 30배 고배율 투자유치로 나타났다. “지니스가 보유한 기술 우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데 헐값에 넘기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힘들더라도 스스로 가치를 지킨다면 언젠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의 ‘차돌’같은 꿋꿋함은 학창시절에도 이름났다. 95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 입학해 줄곧 장학금과 생활비(150만~200만원)를 받으며 5년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재학 중에는 메릴린치 증권사가 미국에서 발표되는 논문 가운데 상업성있는 논문을 선정해 수여하는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다. 큰 딸은 오전 회의에 참석했다가 오후에 낳았다. 당시 미국인 지도교수는 매일 회의와 실험에 참석하는 그에게서 출산징후를 눈치채지 못했다. 며칠 쉬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이튿날부터 다시 실험에 참가했다.

둘째 딸 출산도 만만치 않았다. 출산 예정일을 2주 남겨놓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임신 6개월 이상 임산부 탑승을 허락하지 않는 항공사 관행을 어기면서 오른 비행기였다. 미국에서 낳으면 시민권을 얻게되고, 남자 아이면병역의무까지 면제되는 데 왜 고집을 피우냐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다. 그는 “큰 아이야 공부하는 과정이었기에 불가피했지만 남의 나라 시민권을 얻기 위해 귀국 일정까지 늦추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귀국후 출산 직후 큰 아이의 이름을 따 ‘지니스’를 설립, 회사는 올해로 작은 아이와 함께 나이를 먹고 있다.

수차례 교수직 제안과 수도권 기업 유치 유혹도 뿌리친 채 척박한 전북에서 기업인 명함을 갖기를 희망했던 김 대표의 도전은 이제 도약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는 “기업활동을 통해 인류의 행복이 증진된다”며 기업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전환을 부탁하면서 “수도권과 대기업에만 고급 인력이 집중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지니스의 성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제품은 생산국가는 중요하지 않다. 세계 최고, 최초라는 성과로 인정받고 해당 기업의 성장은 물론 국가의 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끝으로 “같은 능력이라도 중소기업에서는 더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지방대학생에 대한 의식 변화를 부탁했다.

△(주)지니스는 2001년 자본금 3억원으로 출발했다. 2003년에야 첫 매출(2억원)을 냈다. 2004년 20억원, 2006년 30억원에 이어 올해는 100억원으로 4년만에 매출액 50배의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직원도 애초 3명에서 박사5명, 석사 7명 등 30여명으로 불어났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매년 5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기술거래소로부터 최우수 기술평가를 받았다. 기술신용보증기금 우량기술기업 선정, 한국과학재단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선정, 중소기업청 기술혁신대상 수상,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선정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미생물 소재를 이용한 저콜레스테롤 생산기술을 개발·상업화했다. 미생물 소재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부작용이 없고 효능은 뛰어나 심혈관 질환 예방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FDA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았다. 생산제품은 콜레스테롤 저하제, 저콜란 첨가제, 건강기능식품 오메가3 등이다. 항비만, 항암부문 세계 특허를 준비 중이다.

/ 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